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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일, 파리의 중심에서 발견한 것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발견한 진심. 그러니 스포츠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알던 파리가 아니었다. 7월 26일,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 당일, 파리는 이상한 흥분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원래의 파리가 어땠느냐면, 위트 넘치기로는 올림픽 금메달감인 작가 빌 브라이슨의 말을 빌려 표현하고 싶다. 그는 책 <발칙한 유럽 산책>에서 파리에 대한 솔직한 인상을 늘어놓았다. “처음 파리에 갔을 때 나는 왜 모두들 날 이렇게 싫어할까 생각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오스만 남작이 파리를 아름다운 도시로 재건한 것은 알지만 이 사람은 교통의 흐름이라는 개념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듯하다. 개선문만 해도 열세 개의 도로가 만난다. 상상해보라. 파리의 운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병적으로 공격적인 운전자들이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신경 약물인 소라진을 자전거 타이어 펌프만 한 주사기로 투약하고 가죽끈으로 침대에 묶어놓아야 할 사람들이 모두 한 공간에 진입하여 열세 개 방향 중 아무 데로나 이동을 시도한다고 생각해보라! 이게 사고를 내라고 고사를 지내는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파리도 그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있는지 전 세계적인 축제를 맞아 파리 중심가 안쪽으로는 아예 차가 못 들어가게 막아놓았다. 덕분에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광화문 일대가 그랬듯 샹젤리제 거리는 완벽히 ‘차 없는 거리’ 상태였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얼마나 어렵게, 주변을 차로 뱅뱅 돌다가 진입을 포기하고 걷고 또 걷다가 샹젤리제까지 도달했는지는 이미 새까맣게 잊은 채 그저 열세 개의 도로 한가운데서 셀피를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파리지앵은 친절했고(어느 카페 주인은 들어오라며 적극적으로 손짓했고 주문도 재빨리 받았다!) 지하철은 안전했다. 파리에 올림픽 개막식을 보러 간다고 하면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열댓 번은 들었는데, 지금 파리엔 세상 모든 경찰이 모여 있는 듯했다. 어딜 가나 온전히 올림픽이었다. 곳곳에 각국 선수단 포스터가 보였고 모든 기념품 가게에는 ‘I LOVE PARIS’ 티셔츠와 에펠탑 키 링 대신 2024 파리 올림픽 티셔츠와 (1억 개 정도 발주한 것이 분명한) 펜, 이번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프리주’ 키 링 등이 가득 차 있었다. 샹젤리제에서 패럴림픽의 상징인 아지토스(Agitos)를 단 개선문만큼이나 눈에 띈 건 루이 비통의 플래그십 스토어였다. 농구, 역도, 체조 등을 주제로 한 쇼윈도 앞에서 모두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상징하는 컬러의 모노그램으로 장식된 루이 비통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 자체로 축하의 의미였고 랜드마크였다.

사실 루이 비통은 2024 파리 올림픽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시작은 3월 27일, 메달과 성화봉 트렁크를 공개하면서부터였다. LVMH와 2024 파리 올림픽의 크리에이티브 프리미엄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메달과 성화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두 개의 트렁크 말이다. 루이 비통에서 트렁크의 의미는 사뭇 남다르다. 창립자 루이 비통은 전문 패커(Packer)이자 케이스 메이커를 의미하는 레예티에 앙발뢰르(Layetier-emballeur)로 17년을 지낸 후 그동안의 지식과 기술, 경험을 담아 1854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메종을 설립했다. 그러니까 루이 비통에 트렁크란 출발이자 상징이란 거다. 무엇보다 루이 비통은 트렁크의 본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브랜드다. 결국 트렁크란 ‘그 안에 담긴 것’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이 비통 트렁크는 안에 담긴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 본질과 메종의 디자인적 비전은 지금까지 루이 비통의 모든 트렁크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물론 올림픽을 위한 두 가지 트렁크에도 마찬가지다.

“2024 파리 올림픽의 상징인 ‘성화봉’과 가장 위대한 선수들의 꿈인 메달을 보호하는 것은 장인들의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루이 비통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보호하고 선보이기 위해, 그리고 전국에서 성화봉을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170년의 트렁크 디자인 전문 지식을 쏟았습니다.” LVMH의 앙투안 아르노는 이 트렁크에 ‘모든 승리의 장인이 되자’는 사명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정말이지, 이 두 가지 트렁크는 가장 ‘파리’다웠고, ‘올림픽’다웠다. 스포츠 정신을 트렁크 구석구석 우아하게 다듬어놓는 동시에 고전적인 루이 비통의 미학 역시 놓치지 않았다. 모노그램 캔버스를 사용한 메달 트렁크는 185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모든 루이 비통 트렁크에 사용되는 잠금장치와 황동 부품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메종의 대표적인 ‘말 코아퓌즈(Malle Coiffeuse)’ 트렁크, 두 개의 날개로 활짝 열리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메달 트렁크가 옛날 프랑스 귀부인들의 여행을 떠올린다면, 다미에 캔버스를 사용한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화봉을 지키는 트렁크는 좀 더 위엄이 넘친다. 프랑스 디자이너 마티외 르아뇌르(Mathieu Lehanneur)가 디자인한 성화봉과 어우러져, 장인들의 정교하게 연마된 기술, 정확한 기준, 완벽함을 위한 지속적인 헌신, 그러니까 올림픽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성화봉 트렁크는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메달 트레이와도 이어진다. 다미에 캔버스를 사용한 점이나 모던한 무광 블랙 가죽과의 조화가 무척 닮았다.

스포츠란 본래 그렇듯이, 이번 올림픽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가장 패셔너블한 올림픽 중 하나일 거라는 사실이다. 개막식 퍼포먼스 중 하나로 패션쇼를 열었을 뿐 아니라 경기 내내 루이 비통이 엿보였다. 영광의 순간마다 등장하는 메달 시상 요원, 그들의 의상에도 루이 비통의 손길이 닿았다. 흥미로운 건 디자인 너머의 의미다. 100년 전 열렸던 1924 파리 올림픽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셔츠와 팬츠, 모자에서는 성별을 찾아볼 수 없다. 스포츠웨어가 탄생했고, 페미니즘이 정착했으며, 유니섹스 스타일이 등장했던 1920년대의 실루엣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를 슬로건으로 한 이번 올림픽과 같은 맥락이다. 그뿐 아니라 친환경, 저탄소를 표방하는 이번 올림픽의 취지에 맞게 의상 역시 100% 섬유 재활용 생태계가 공급하는 에코디자인 원단으로 만들었고,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자원봉사자들인 메달 시상 요원들에게 그대로 제공된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찾는 이들은 경기 이상의 무엇을 보게 될 것이다. 파리를 여러 번 방문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파리는, 기존의 파리와 미래의 지향점이 용감하게 뒤섞인 아주 특별한 상태다. 파리 전체가 올림픽의 무대다. 실제 올림픽을 개최하면 대형 경기장을 수십 개씩 지었던 지난 관행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파리 전역을 개막식 무대이자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최초의 올림픽이다. 다시 태어난 그랑 팔레에서는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나폴레옹의 무덤과 군사 박물관이 있는 앵발리드에서 양궁 경기, 그리고 에펠탑 아래 샹드마르스 광장엔 임시 경기장 두 개가 들어서 유도와 레슬링 등이 열렸다. 루이 비통이 지난 6월 14일 ‘시티 북’ <파리>와 ‘시티 가이드’ <파리>의 특별판으로 <파리 스포츠(Paris Sport)>를 출간한 이유 역시 이번 올림픽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파리를 새롭게 찾아보고, 변화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파리 성벽을 감싸는 건축부터 도시 정원과 물의 역사, 예술가와 사진가 및 현대 만화 작가들이 담아낸 새로운 파리가 ‘시티 북’ <파리>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런가 하면 <파리 스포츠>에서는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인 시선으로 파리 스포츠를 다뤘다. 파리 각 동네의 운동 문화, 좋아하는 종목, 뛰어난 지역 선수들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축제를 앞둔 파리, 변화하는 스포츠 문화의 윤곽을 살펴볼 수 있다.

예술 역시 빠질 수 없다. 9월 2일까지,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소장품 컬렉션 가운데 선별한 아티스트 5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드론이 장착된 열기구를 사용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촬영한 아브라함 푸앙슈발(Abraham Poincheval)의 ‘구름 위의 산책(Walk on Clouds)’, 자연의 압도적인 힘과 그에 도전하려는 인간의 결심을 보여주는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의 사진 작품 ‘엥가딘(Engadin)’, 앤디 워홀과 장 미셸 바스키아가 함께 작업한 ‘올림픽 링(Olympic Rings)’ 등 스포츠라는 주제에 대해 시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큐레이션이 돋보인다. 스포츠의 아름다움, 그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날이 왔다.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개막식은 루이 비통이 지난 시간 촘촘하게 준비한 진심을 함축해놓은 자리였다. 센 강변에 설치된 스크린 위로 프랑스의 영원한 ‘아트 사커(Art Soccer)’ 지네딘 지단의 얼굴이 떠올랐다. 7월 14일 방탄소년단 진의 손에서 출발한 성화가 개막식 당일 지단의 손에 닿은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테니스 영웅 라파엘 나달과 세레나 윌리엄스를 거쳐 프랑스 기자 모하메드 부합시(Mohamed Bouhafsi)와 프랑스 여배우 레티샤 카스타(Laetitia Casta) 그리고 루이 비통의 남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에게 이어졌다. 파리 퐁네프 루프톱에서부터 루이 비통 트렁크 아틀리에, 센강까지, 파리 전역에서 열리는 개막식답게 곳곳에서 공연이 열렸고 육상의 우상혁과 수영의 김서영 선수를 기수로 내세운 우리나라 선수단을 비롯해 각 나라의 선수들은 보트를 타고 센강을 가로지르며 입장했다. 각 나라 선수단과 함께 루이 비통의 메달 트렁크 역시 센강을 따라 트로카데로 광장에 도착했다. 그곳에 모인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든 선수단과 모든 공연자 그리고 성화 봉송 주자에게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국적은 크게 상관없었다.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정신, 자유와 평등과 박애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곳에 있는 모두가 이미 느끼고 있었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는 TV로 봤으면 코웃음 쳤을 말을, 개막식을 보고 경기장 관람석에 앉아 응원을 하다 보면 온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결국 올림픽은 보편적인 정서를 다시 일깨워주는 것이다. 오상욱 선수가 펜싱의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섬세한 매너를 보여주고, 탁구 혼합 복식에서 임종훈 선수가 파트너 신유빈 선수의 목에 걸린 동메달을 정리해줬을 때 우리가 느낀 공감과 감동 같은 것. 진정한 의미의 모두를 위한 경기가,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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