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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선율을 담은 샴페인, 돔 페리뇽

7월 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샴페인 하우스 돔 페리뇽(Dom Pérignon)의 레벨라시옹(Révélations)이 열렸다. 샴페인 컬러를 닮은 노을이 질 무렵, 그 도시의 아름다운 공간에서 돔 페리뇽의 새로운 빈티지를 소개하는 이벤트 레벨라시옹. 올해는 스페인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Ricardo Bofill)이 폐허였던 시멘트 공장을 새롭게 되살린 ‘라 파브리카(La Fábrica )’가 선택됐다. 푸른 정원에 준비된 헤드셋을 착용하자 웅장한 선율이 흐르고 돔 페리뇽 빈티지 2015와 돔 페리뇽 빈티지 2006 플레니튜드 2(Plénitude 2)’가 제공됐다. 뱅상 샤프롱(Vincent Chaperon) 셰프 드 카브의 초대를 받은 전 세계의 미슐랭 스타 셰프, 소믈리에, 아티스트들이 눈을 감거나 잔을 응시하며 저마다 샴페인 경험을 축적했다.

어둠이 깔리고 미슐랭 스타 셰프 알베르트 아드리아(Albert Adrià)와 니코 로미토(Niko Romito)가 2종의 빈티지에서 영감을 받아 준비한 디너가 이어졌다. 애피타이저가 나올 때쯤 피아니스트 베르트랑 샤마유(Bertrand Chamayou)가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에게 헌사하는 연주가 시작됐다. 연주 중간, 존 케이지의 ‘4분 33초’가 연상되는 침묵은 샴페인의 여운이 채웠다.

뱅상은 샴페인을 이야기하기 앞서 자연에 대한 존중과 경외를 드러내곤 한다. 빈티지를 설명할 때 그해 기후가 먼저 언급되는 이유기도 하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15가 만들어진 해는 전반적으로 온화한 날씨였지만 종종 급변했다. 8월은 45년 만에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 과일 향이 풍부하고 섬세한 피노 누아 포도는 훌륭한 과실을 맺었고, 샤르도네 포도는 가뭄으로 인해 품질이 고르지 않아 선별에 공을 더 들였다. 그해를 기점으로 숙성을 마친 빈티지 2015를 두고 뱅상은 “처음엔 어두운 촉감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꽃, 향신료, 허브, 과일 향이 퍼지며 어둠 속에서 댄스를 출 때까지 말이다.

돔 페리뇽은 빈티지 와인을 추구하기에 한 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생산한다. 각 빈티지별로 한정 수량을 셀러에 보관해 장기 숙성한다. 이 시간 동안 병 안의 효모 에너지가 와인으로 옮겨가며 활기를 더해간다. 2006년은 강렬한 태양과 비가 번갈아 찾아오는 열대기후에 가까웠고, 9월에 늦더위가 오면서 포도가 충분한 성숙도에 달할 수 있었다. 늦은 성숙이 정점까지 이르도록, 돔 페리뇽은 이례적으로 오랜 기간 수확했다. 2015년에 그 첫 번째 절정기에 이르렀고, 7년의 추가 숙성과 안정기를 거쳐 지금의 플레니튜드 2에 도달했다.

다음 날, 돔 페리뇽의 창조 과정을 주제로 여러 아티스트가 그림, 사진, 글로 참여한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박물관 팔라우 마르토렐(Palau Martorell)을 찾았다. 전시명은 ‘흔적(Trace)’. 샹퍄뉴 지방의 포도나무가 겪은 2023년 한 해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로르 드 라 모리네리(Aurore de la Morinerie)는 1년간 빈야드의 기후를 관찰하며 풍경 연작을 그렸다. 뿌연 안개처럼 휩싸이거나 태양 빛에 붉게 타오르는 빈야드를 보고 있자니 자연의 혜택에 감사하며 또 한 번 빈티지를 음미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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