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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노련해진 것 같다” – 렉토의 정백석

세계가 한국 패션을 탐닉하는 건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한국 패션을 정의하는 6팀의 디자이너는 현재에 충실한 채 눈앞에 놓인 트랙을 달린다.

“안젤리카 휴스턴과 잭 니콜슨 커플. 독특한 캐릭터의 두 인물이 발산하는 강렬한 아우라, 여유로우면서도 클래식한 무드를 늘 눈여겨봐왔습니다.” 정백석은 렉토 가을/겨울 컬렉션의 현대적인 오피스 룩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1970년대 잭 니콜슨의 살짝 흐트러진 듯한 클래식 룩은 요즘 성장 중인 남성복 라인의 매력과 맞아떨어진다. 빈티지풍 스트라이프 패턴 수트, 현대적이면서도 구조적인 실루엣 등. “실용적인 아이템에 색다른 디테일을 가미해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한 게 주효했다고 봐요. 아무래도 남성복은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으니까요.” 새로 이전한 플래그십 스토어는 정식 오픈을 하루 앞두고 마무리로 분주했지만 90%가 완료된 지하 1층에는 고요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모델 3명이 옷을 갈아입고 촬영 준비를 마친 후에도 우리는 한참을 더 기다렸다. 여자 모델이 입을 크림색 러플 블라우스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고 느긋하게 느껴졌다. 남성복 섹션과 여성복 섹션이 튜브처럼 이어진 지하 1층 작은 야외 정원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에요.” 정백석은 싱그러운 생명력과 함께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나긋한 가지와 크고 작은 초록빛 잎사귀가 적당히 우거진 중정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실내 곳곳에 놓인 강우림 작가의 아트 피스 가구다. 먹처럼 깊은 갈색의 목재 가구는 흐르는 물을 닮은 유기적인 곡선으로 묵직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결국 우리는 블라우스를 포기하고 재킷과 케이프 스타일의 터틀넥 니트를 골랐다. 디자이너가 모델에게 직접 옷을 입히고, 세심하게 옷매무새를 다듬는 모습을 보는 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정백석은 터틀넥 위에 볼드한 목걸이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여성복은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부터 새로운 쇼룸을 통해 해외에 선보이고 있죠. 연령대를 좀 더 높이고 아이템 구성도 다각화해 풍성하게 구성했습니다. 거의 막바지 단계인 내년 봄/여름 컬렉션은 남성복과도 매치할 수 있는 스타일을 고민했어요.” 그는 이제 조금은 여유롭게, 즐기면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련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에 새로 생긴 관심거리에 대해 질문하자 진담인 듯 농담처럼 냉소적이고 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흠, 글쎄요. 무관심?”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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