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아름다운 엠마 코린의 단단한 깃털 드레스
패션으로 감탄을 넘어 영감을 안겨주는 셀럽이 있습니다.
엠마 코린도 그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단순히 트렌디하고 아름답기만 한 옷을 입지 않습니다. 상상력과 영감을 자극하는 패션을 선보이죠. 금붕어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입은 듯한 JW 앤더슨 드레스, 가터벨트가 달린 생 로랑 드레스, 벨트 버클을 이어 만든 스키아파렐리의 재킷 등 스타일리스트 해리 램버트와 함께 범상치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인상 깊은 룩은 지난 16일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으로 브라질을 찾을 때였습니다. 언뜻 보면 그저 우아한 화이트 드레스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더군요.
드레스의 표면을 덮은 건 깃털 장식이었습니다. 비늘처럼 촘촘하게 표면을 메우고 있었는데요. 재미있는 건 대조였습니다. 석고상과 다를 것 없는 단단하고 구조적인 라인과 부드러운 깃털의 질감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었죠(밑단의 거칠고 딱딱한 석고 텍스처도요!). 이 드레스는 딜라라 핀디코글루(Dilara Fındıkoğlu)의 2024 F/W 쇼에 등장한 피스입니다.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시스템에 대한 반항을 표현한 컬렉션이죠.
그리고 이 드레스는 알렉산더 맥퀸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보스(Voss) 컬렉션으로 더 알려진 2001 S/S와 2008 F/W, 2009 F/W 등의 패션쇼 무대에 올랐던 깃털 드레스를 연상케 했거든요. 사라 버튼도 2011 S/S 컬렉션에서 해당 디테일을 소환했죠.
드레스의 매력이 더 선연히 와닿은 이유는 스타일링 덕분입니다. 엠마 코린과 해리 램버트는 드레스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듯했죠. 심플한 픽시 커트와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흰색 펌프스를 제외하고 액세서리 하나 없는 구성까지, 치밀했습니다. 빌런 역할을 맡아서일까요? 오직 드레스 한 벌로 승부한 엠마 코린의 모습은 타락한 천사를 보는 것처럼 강렬했습니다. 다음 프리미어에서 보여줄 룩에 더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