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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 애프터 섹스, 정규 3집 ‘X’s’ 발매 인터뷰 “사랑은 항상 과거가 돼요”

시가렛 애프터 섹스, 정규 3집 ‘X’s’ 발매 인터뷰 “사랑은 항상 과거가 돼요”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그렉 곤잘레스와 바라본 잔인하고 아름다운 공허.

GQ 5년 만의 새 앨범을 두고 “이 음반이 잔인하게 느껴진다”던 당신의 말이 저를 이끌었어요. 무엇이 잔인했을까, 왜 잔인할까? 오늘 잔인한 이야기들을 나눠보고 싶어요. 괜찮나요?
GG 좋아요. 네, 잔인함이요.
GQ 당신의 사랑은 무엇에서 시작하나요? 어떨 때 사랑에 빠졌다고 느껴요?
GG 사랑은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과 진정으로 교감하고, 그 사람을 알아가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순간들에서 오죠. 이 사람을 원한다고 느끼게 되면서요. 운이 좋아서 오래 혹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관계를 맺을 수도 있지만, 시작은 지금 이 시점에서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마음에서라고 생각해요.
GQ 사랑할 때의 그렉 곤잘레스와 사랑하지 않을 때의 그렉 곤잘레스는 다른가요?
GG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정말 좋아해요. 사랑으로 누군가를 대하는 방식, 자신을 대하는 배려가 제 인생에는 필요해요. 저는 샤이 Shy한 사람이라서 자신감이 항상 해결해야 할 과제였어요. 누군가를 만나면 그가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거나, 생각보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상대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보여줄 수 있죠. 누군가 “오늘 너 멋있네”라고 말했을 때 ‘아니, 별론데’ 하고 기분이 더 가라앉을 수도 있지만, “정말 멋져. 그리고 당신은 항상 멋져”라고 곁에서 계속 말해준다면, 그 덕에 스스로도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잖아요. 서로에게 베풀고 품는다는 면에서 말이죠. 그래서 항상 사랑을 원하고, 또 찾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리고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GQ 그 굉장한 경험이 최근 당신에게 새긴 흔적이 있다면요? 배운 점, 생긴 습관, 버리게 된 버릇, 무엇이든요.
GG 항상 느꼈지만, 이번 관계로부터는 특히 경계와 공간에 대해 배웠어요. 우리는 함께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로운 영혼 같았고, 매우 독립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내 시간이 필요할 때는 그냥 말해야 하고, 같이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해서 상대를 화나게 할까 봐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어요. 함께 산다는 건 상대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확신이기도 하니까, 대신 “있잖아, 난 혼자만의 시간이 좀 필요해”라고 말해야 하는 거예요. 저는 공간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종일 음악 작업만 하다가 혼자 영화를 보면서 잠시 말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했어요. “당신과 있을 때는 모든 관심을 쏟을 거고, 내게 사랑받는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을걸. 하지만 때로 난 혼자여야 해”라고 말할 수 있는, 온전한 형태의 받아들임에 대한 배움을 얻었죠.
GQ 잔인한 이야기를 하자 해놓고 당신의 사랑에 대해서만 묻고 있는데도 의아해하지 않네요.
GG 사랑은 아름다운 순간이고, 그 사랑이 사라지는 이별은 잔인하죠. 이별은 전부 다 가져가 버리니까요.
GQ 그러니까 말이죠. 그간 시가렛 애프터 섹스는 여러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노래했지만 이번에는 4년에 걸친 단 하나의 관계에 집중했어요. 제목은 <X’s>. 왜 결국 사랑은 과거가 되는 거예요? 왜 또 ‘X’가 되죠?
GG 그러니까요. 지난 몇 년 동안, 특히 작년에 일어난 일들이기에 더 슬프게 느껴지기도 해요. 지난 앨범과 다르게 이번에는 단 하나의 관계에 대해서예요. 우리가 관계를 시작할 때 언젠가는 헤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저는 그래요. 저는 누군가와 사귀고 싶어지면 그 관계가 영원히 지속될 거라고 상상해요.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고 서로 약속도 하죠. 그런 감정에 대해 거짓말해본 적이 없어요. 그럼에도 불행히도 어떤 사건들이 생겨서 헤어질 수 있죠. 그러면 과거의 일이 되죠. 어차피 모든 시간은 과거가 될 것이기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왜 사랑은 항상 과거가 될까요···, 어렵네요. 하지만 방금 말한 대로예요.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여겨요. 저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아름다운 일이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려고 노력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많은 일이 과거로 남더라도 괜찮아요. 영원히 기억 속에 간직할 수 있으니까요.
GQ 때로는 기억을 지워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처럼요.
GG 여자친구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관계가 끝났을 때 그녀는 그냥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가는 편이라고, 심지어 좋았던 기억조차도 잊는다고 말했어요. 실제로 이번 관계에서도 그녀는 정말 그렇게 했어요. 저는 그 과정을 존중합니다. 누군가 그렇게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모든 기억을 직면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왔어요. 기억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얻은 것 같은 감정이 들기도 하죠. 왜인지 저는 그렇게 해야할 것만 같았어요. 제대로 직면한 후에야 비로소 잊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GQ 용감하군요.
GG 저라고 뭐 꼭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웃음) 너무 힘들어서 무언가 해야만 했어요. 좋은 점은, 그렇게 했을 때 기분이 훨씬 나아지더라는 거예요. 울면서 썼고, 힘들었지만, 막상 직면해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요.
GQ 관계의 시간이 담겨서일까, 1집 <Cigarettes After Sex>(2017), 2집 <Cry>(2019)는 텀이 그리 길지 않았는데 이번 3집까지는 5년이 걸렸네요.
GG 1집 셀프 타이틀 앨범이 나오기까지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2012년 첫 EP <I.>이후였으니까. 두 번째 음반(<Cry>)은 그보다 짧은 기간에 나왔지만 그사이 일어난 일과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더 많았기에 보다 길게 느껴졌고, 보다 광범위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2집을 빨리 낸 건 의도적이었어요. 좀 더 즉흥적으로 만들었죠. 하지만 이번 앨범은 1집 때 그랬듯 곡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했어요. 더 호흡이 긴 소설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죠. 조금 더 깊이 있게, 조금 더 길게, 조금 더 인내심을 가져보자 싶었어요.
GQ 2집 수록곡 ‘Falling in Love’는 작곡은 금세 끝났지만 가사를 쓰는 데 2년이 걸렸다고 했죠. 이번에도 완성에 유난히 오래 걸린 노래가 있나요?
GG 그 곡이 오래 걸린 이유는 실제로 제가 사랑에 빠져서 만든 곡이 아니었거든요. 다른 사람의 사랑 이야기였고, 나중에 그 노래의 주인공이 듣고는 자기가 느낀 감정 그대로라고 말해줬어요. 이번 <X’s>에는 뭐가 있더라···. 적어도 가장 순식간에 쓴 곡은 ‘Hideaway’예요. 여자친구가 그날따라 기분이 별로라고 하더니, 자기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땐 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고 그 감정 자체를 탐구해보는 게 더 좋다는 거예요. 저는 좋지 않은 기분을 흐트러뜨려 주고 싶어서 “우리 마리나 델 레이 해변에 갈까, 가서 재밌게 하루를 보내자”라고 했고, 그걸 노래로 만든 게 ‘Hideaway’예요. 이때의 기억만 떠올려도 힘이 나도록 그녀를 빨리 괜찮아지게 해주고 싶었어요. 영원처럼 오래 걸린 곡은 ‘Ambien Slide’예요. 마지막으로 녹음하고 마지막 10번 트랙으로 실었죠. 제목에 맞춰 가사를 써야 했는데 뭘 써야 할지 생각하다 오래 걸렸어요.
GQ 가장 빨리 쓴 곡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운 게, 그렇다면 여기서 이 노랫말에 대해 묻고 싶어요. “I Can See It, I Can See Where Our Lives Go 난 알 수 있어, 우리의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떻게 아나요, 당신은? 저는 모르겠어요.
GG 어렵네요. 제가 그 노래에서 그렇게 말했죠. 그러곤 결국 헤어졌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어디로 갔는지는 저도 모르는 것 같아요.(웃음)
GQ 그렇죠? 당신도 모르죠?
GG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순간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 지금 그 노래를 들으면 고통스러운 이유는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인생에서 상황은 바뀔 수 있고, 다른 것을 원하게 되었음을 인정해야만 할 때도 있지만, 지금 순간의 무언가에 대한 헌신은 여전히 중요해요. 그것이 인생에서 옳은 목적지를 향한 당신의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GQ <X’s>는 결국 유일했던 관계의 시작이자 끝을 향해 가는 여정 같아요. 당신이 정의하는 <X’s>는 어떠한가요?
GG 그렇게 보였다는 게 멋지네요. 일출에서 일몰로, 아침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흐름, 관계의 끝으로 가는 느낌이 앨범에서 느껴지기를 바랐던 바와 비슷해요. 밝았다가 점점 어두워지는 느낌을 담고 싶었어요. 그렇게 이별을 느끼고 싶었죠. 처음에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이 노래를 들으시는 분들이 지금 우리가 이야기한 것처럼 사랑이 시작되고, 계속되다, 결국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 과정을 고스란히 느꼈으면 좋겠어요. 알다시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이별은 아니에요. 헤어진다는 건 멋진 일이 되려야 될 수가 없죠. 정말 고통스럽죠. 그렇지만 그 관계에서 남겨진 아름다운 것이 너무 많아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 그 아름다움이 리스너들에게도 전해지면 좋겠어요.
GQ 그런데 우울, 슬픔, 불면의 밤이 마냥 깜깜하게 표현된 것 같지는 않아요. 오히려 지금까지의 정규 세 앨범 중 리듬이 가장 밝게 느껴졌어요.
GG 맞아요. 지금까지 중 가장 밝은 스타일이 아닌가 싶은데, 좀 더 업비트풍으로 만들게 된 건 실제로 모티프가 된 관계 자체가 굉장히 활발했기 때문이에요. 관계의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굉장히 활동적이어서 우리는 항상 아주 재밌고, 솔직하고, 돌아다니며 공연 보고 그랬거든요. 또 릴 웨인이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백스트리트 보이즈 같은 1990년대와 2000년대 팝음악을 함께 엄청 들었는데, 그런 풍과 잘 어울리게 만들면 좋을 것 같았어요. 마치 그 음악들이 처음 나왔을 때를 기억하면서 그때 진짜 좋아했는데, 얼마나 좋아했는지 잊고 있다가 문득 다시 생각나는 것처럼.
GQ 라이브로 녹음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죠. 지난 음반들도 종종 방, 계단, 브루클린의 어느 연습실, 혹은 야외 정원이 딸린 스페인 어느 집에서 녹음하고는 했어요. 이번 노래들과 함께한 장소들은 어디인가요?
GG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녹음 방식은 대개 그런 식이었어요. 마치 영화 촬영 로케이션 같은 느낌이었죠. 이번 앨범은 제가 LA에 살면서 일어난 일이니 거기서 녹음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여자친구와 할리우드에 있는 집에서 살았거든요. 그때로 돌아간 거죠. 위층에 있는 작은 방에서 녹음했어요. 정말 아주 작은 침실이에요. 제가 살던 집에서 녹음한 첫 번째 음반이네요. 한 가지 아름다운 점은, 아까 이야기한 ‘Hideaway’란 노래를 그 집에서 작곡했고, 그에 얽힌 추억을 복기하는 과정이 결국 노래를 통해 일어났다는 거예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기분이 좋지 않았고, 해변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그 하루에 대한 곡을 그 집에서 녹음한다는 게, 특별히 더 사적인 느낌이에요.
GQ 이번 10곡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메시지는 없어 보여요. <X’s>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인 건가요?
GG 문은 계속 열려 있을 수 있죠. 누군가와 완전히 헤어져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식으로 관계를 끝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그건 우리가 잔인하다고 말한 것처럼 세상의 종말 같다고 해야 할까요. 남김 없이 타버린 듯하다는 표현을 쓰면 좋을 것 같네요. 마치 숲에 불이 나 전부 타버려서 아무것도 남지않은 것 같은, 사랑이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과 같았는데 지금은 까맣게 타버린 것과 같은 거죠.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어요. 하지만 이제 제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GQ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GG 지금은, 지금은 아니에요. 지난 사랑이 길었기 때문에 잠시 쉬어야 하는 때죠. 그게 좋은 것 같아요. 한동안 쉬고 나면 분명 다시 시작할 수도 있을 테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는 아니에요. 저는 정말 부끄러워하고 자신감이 없을 때가 많아요. 관계에 대해, 제 삶에 대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음악이 아름다운 점은 내가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겁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죠. 곧 다시 그럴 때가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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