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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세르가 꼽은 최고의 패션쇼

Marine Serre 2020 S/S RTW

누구나 좋아하는 패션쇼가 있습니다. <보그> 사무실에선 늘 패션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의상과 무대, 특별한 퍼포먼스 또는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패션쇼는 가장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잊을 수 없는 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질문에 가장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패션 디자이너’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시즌마다 8분 정도(톰 브라운의 경우 45분) 길이의 쇼를 선보이기 위해 의상부터 컨셉까지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들 말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패션쇼’와 ‘최고로 꼽은 다른 디자이너의 쇼’는 어떤 것인지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찻잎 점을 보기 위해 컵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들의 대답은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며 ‘아, 이건 정말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할 것입니다. 알렉산더 맥퀸, 헬무트 랭 등 이 목록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디자이너가 몇 있긴 하지만, 특정 컬렉션이 두 번 이상 언급된 디자이너는 세 명에 불과합니다. 마크 제이콥스를 시작으로 사바토 데 사르노, 시몬 로샤, 피터 뮐리에, 안나 수이, 이자벨 마랑, 톰 브라운 등 현재 활약하고 있는 이 시대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패션쇼를 만나보세요.

마린 세르

당신이 참여한 컬렉션 중 가장 기억나는 쇼는 어떤 쇼인가요?

2019년 9월 선보인 ‘마레 누아르(Marée Noire)’ 쇼를 꼽고 싶어요. 베뉴는 파리 외곽의 오퇴유(Auteuil) 경마장 바로 앞이었죠. 날씨는 무척 흐렸습니다. 아포칼립스를 연상케 하는 날이었죠. 마침 쇼의 테마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습니다. ‘마레 누아르’는 기름 유출을 뜻하니까요. 종말론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던 쇼는 패션 저널리스트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습니다. 패션과 환경이 만나는 순간이자, 제 커리어가 가장 밝게 빛난 순간이었죠.

Marine Serre 2020 S/S RTW
Marine Serre 2020 S/S RTW
Marine Serre 2020 S/S RTW
Marine Serre 2020 S/S RTW
Marine Serre 2020 S/S RTW

다른 디자이너의 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쇼를 꼽는다면요?

알렉산더 맥퀸의 2009 F/W ‘풍요의 뿔(Horn of Plenty)’ 컬렉션이요. 정말 획기적인 쇼였습니다. 거대한 쓰레기장을 무대 삼고, 과거 컬렉션에서 사용됐던 소품들을 여기저기 쓰레기처럼 버려놓았거든요. 모델들은 폐차의 부품과 쓰레기를 활용해 만든 헤드피스를 쓰고 런웨이에 등장했습니다. 시각적으로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값비싼 예술품으로 탈바꿈시키며 소비주의에 관한 메시지를 던졌죠. 폐기물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고, 패션계의 낭비적인 측면을 부각한 알렉산더 맥퀸의 쇼는 제게 큰 울림을 줬습니다. 제가 패션을 대하는 방식을 바꿀 정도로요. 강렬한 비주얼, 그리고 암시적인 메시지를 융화해내는 맥퀸의 능력은 지금도 제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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