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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부터 권여선까지, 여성 소설가들의 신간 3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 소설가들이 펴낸 신간 세 권을 소개합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작가가 13년 만에 펴낸 신작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고등학교 2학년인 세 아이가 몇 가지 우연한 계기로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후 서서히 가까워지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시간대는 두 달 남짓한 짧은 방학이지만,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는 동안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독자는 현재에 다다르게 된 인물들의 전사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해당 작품에서 김애란은 결코 진부하게 요약할 수 없는 인물의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삶을 특유의 간결하고 여운 가득한 문장으로 그려내며, 소설의 구조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인물에 대한 이해와 연결되는지 제시합니다.

이 소설을 쓰며 여러 번 헤맸고 많이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있지만, 작가로서 이 인물들이 남은 삶을 모두 잘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삶은 비정하고 예측 못할 일투성이이나 그럼에도 우리에게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 삶은 가차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_‘작가의 말’에서

<영원한 천국>

<28>에서는 전염병을, <진이, 지니>에서는 호미노이드를 다루며, 세계의 변화를 선험적으로 감지해 그 안에서 가장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지 탐구해온 정유정 작가의 신작 <영원한 천국>은 <완전한 행복>에 이은 욕망 3부작의 두 번째 책입니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극복한 세계에서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최후에 남는 인류의 욕망은 무엇일까’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정유정이 창조한 핍진한 세계 속에서 풀어냅니다. 거대한 세계관으로 블록버스터를 연상시키는 이 책은 500쪽이 넘는 압도적인 분량에도 피가 배어날 듯 생생한 인물, 두려움 없이 밀고 나가는 서사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어마무시하게 돈이 많은 미국의 한 생명공학 회사가 인간이 죽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는 거야. 아니다. 죽지 않는 게 아니지.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새로운 인종이 된다지, 아마. 뭐든 가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는데 내 생각엔 그 정도면 신과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신이야. 아무튼 그 회사가 세계 최고의 게임회사와 손을 잡고 신들이 거처할 세상을 만들었다 이거야. 부자도 없고, 가난한 자도 없고, 병든 자도 없는 세상.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사는 영원한 천국.” – 본문 106쪽

<술꾼들의 모국어>

사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유려한 문장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며 한국문학이 신뢰하는 이름이 된 작가 권여선. 그가 지난 2018년 출간한 <오늘 뭐 먹지?>는 권여선의 최초이자 유일한 산문집으로, 술과 안주, 음식 등을 특유의 입담으로 맛깔나게 풀어냈는데요. 해당 작품에 대한 독자의 꾸준한 성원에 힘입어 출간 6주년 기념 특별 개정판 <술꾼들의 모국어>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다정한 그림으로 사랑받아온 치커리 화가와 협업해 본문 삽화를 전면 교체했으며, 지금까지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 심도 깊은 작가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또 문학작품에서는 미처 다 풀어내지 못했던 먹고 마시는 이야기를 통해 권여선만이 쓸 수 있는 산문의 풍요로움을 상기시킵니다.

첫 단식 이후로 나는 몇 년에 한 번씩은 단식을 한다. 단식을 하면서 내 속에 있는 오래된 서랍을 열어 이것저것 하나씩 꺼내 들여다본다. 내가 살아온 과거들을 차근차근 짚어보고, 지금 맺고 있는 관계들을 곰곰이 따져본다. 그러다 문득 달걀을 푼 라면이 먹고 싶어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행복한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꿈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젊은 날의 과오를 떠올리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내 곁을 떠난 사람들 생각에 슬퍼하기도 한다. 열무김치에 고추장 넣고 맵게 비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극히 사소한 이유로 화가가 되지 못한 것에 서운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따위가 소설가가 되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하기도 한다. 나는 이 모든 감정들이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내 속에 웅크린 채 언젠가는 내가 한 번 뒤돌아 보아주고 쓰다듬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던, 고아처럼 어리고 상처 입은 감정들이다. 내가 그렇게 해준 뒤에야 그것들은 비로소 조용히 잠이 든다. – 본문 68~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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