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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고 춤추고 멋지게 입은 여자들

여자들은 원하는 대로 옷 입고 어디서나 노래하며 춤출 수 있습니다. 다양한 여인의 초상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셋.

유물이 된 최신 유행 패션
<가장 최신의 것 The Latest Thing>

유행은 힘이 셉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힘이 세도 곧 지나간다는 것이 유행의 숙명이죠. 프랑스 출신 젊은 작가 알마 펠트핸들러(Alma Feldhandler)는 패션 아카이브에서 영감받아 생몰하는 유행을 뒤섞고 이를 유물로 재해석합니다. 뚜렷한 색채가 신표현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그녀의 회화는 리넨에 목탄과 유채 물감을 아주 얇은 층으로 쌓아 올려, 이에 따라 선명한 빛깔의 안개 속에서 인물들이 이제 막 형체를 갖추어 나타나는 듯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과거 패션 매거진의 광고나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여성 등이 언뜻 스치는 것 같지만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작가는 ‘최신의 것’에 힘을 부여하는 것이 과거와 현재의 구분이라고 보고 그 경계를 의도적으로 허물었기 때문이죠. 전시 서문을 쓴 가브리엘 고티에(Gabriel Gautier)는 작가의 해체 작업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녀의 이미지는 참고한 광고와 달리 그 무엇도 선언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시간이라는 바다에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그저 스며들죠.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담은 엽서를 닮은 작은 그림 하나조차, 마치 가라앉은 도시에서 보내온 것처럼 느껴질 뿐이에요.’ 그녀의 국내 첫 개인전인 <가장 최신의 것 The Latest Thing>은 3월 26일까지 열리며,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작업한 33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장소 마이어리거울프 예약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meyerrieggerwolff

알마 펠트핸들러, ‘가장 최신의 것’, 2025, 캔버스에 유채, 16×22cm.
알마 펠트핸들러, ‘W1’, 2025, 리넨에 목탄, 유채, 50×30cm.
알마 펠트핸들러, ‘누구에게나 가장 젊은 시절이 있기 마련이다’, 2025, 캔버스에 유채, 27×22cm.
알마 펠트핸들러, ‘발렌시아가’, 2025, 리넨에 유채, 오일 스틱, 24×14cm.

미스터리한 여인의 초상
<클림트와 리치오디의 기적>

사라졌던 여인이 20여 년 만에 돌아온다면 어떨까요? 이전 모습 그대로 말이죠.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작품 ‘여인의 초상’은 1997년 도난당했다가 2019년 크리스마스 직전 미술관 벽 안 쓰레기봉투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됐죠. 이 작품이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떠나 한국에 왔습니다. ‘여인의 초상’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클림트의 유일한 이중화이기 때문이에요. 그림 속 여인은 본래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지만, 이후 클림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인의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바꿔 그림을 덧그렸습니다. X선 검사로 밝혀진 그림의 비밀은 많은 이의 상상력을 자극해 클림트가 사랑했던 여인의 초상일 것이라는 추측을 낳기도 했어요. ‘여인의 초상’을 소장 중인 리치오디 현대미술관은 이탈리아의 법학자이자 예술 후원가였던 주세페 리치오디가 설립한 미술관으로 그가 40여 년에 걸쳐 수집한 유럽과 이탈리아 거장들의 근현대 작품 약 700점 역시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인의 초상’과 함께 리치오디 미술관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여 반부르주아를 추구했던 스카필리아투라(Scapigliatura)나, 토스카나 중심의 예술운동인 마키아이올리(Macchiaioli), 상징주의, 모더니즘 등 이탈리아 근현대 미술의 여러 사조를 소개합니다.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예약 온라인 예매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myartmuseum_official

구스타프 클림트(바움가르텐, 1862~빈, 1918), ‘여인의 초상’, 1916, 마이아트뮤지엄 제공.
스테파노 브루치(그로팔로, 피아첸차, 1835~피아첸차, 1911), ‘반항아들’, 1890~1895, 마이아트뮤지엄 제공.
빈첸초 이롤리(나폴리, 1860~1949), ‘오전기도’, 1931, 마이아트뮤지엄 제공.
‘클림트와 리치오디의 기적’ 전시 모습. 마이아트뮤지엄 제공.

노래하고 춤추는 여자들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

민음사 편집자 김민경은 아버지로부터 “어디서나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배웠지만, 여자가 노래하고 춤추면 “미쳤구나” 하고 면박을 당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사진작가 박영숙은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던 여성을 기꺼이 ‘미친년’, ‘마녀’가 된 주체로 사진에 담아낸 페미니스트였습니다. 가부장적 사회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미친년’ 취급받던 여자들은 박영숙 작가의 렌즈 앞에서 마음껏 자기 목소리를 내고, 춤을 추며 해방됐죠. 박영숙 작가 작고 후 첫 개인전인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에서는 현대 사진사와 페미니즘 미술 발전에 이바지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회고합니다. 작가의 주제 의식 태동을 보여주는 포토콜라주 작품 ‘장미’(1988)나 초기 흑백사진 연작 ‘장면’(1963~1967)과 함께, 이후 주제를 더 발전시킨 ‘미친년들’, ‘마녀’ 시리즈 등 1963년 이후 40여 년간의 작품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광기 어린 노래의 메아리에 맞춰 못다 춘 춤을 출 수 있는 시간은 4월 18일까지. 장소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예약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arariogallery_official

박영숙, ‘미친년들 #5 Mad Women #5’, 1999, C-print, 150×120cm. ©박영숙 에스테이트, 유족 및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박영숙 개인전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아라리오갤러리 서울, 2026) 전시 모습.
박영숙, ‘마녀 Witch’, 1988, Gelatin silver print, 26.5×217.2cm. ©박영숙 에스테이트, 유족 및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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