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쿨한 남자를 상징! 성공하면 사고 싶은 ‘이 시계’
영국판 ‘미생’이라고 봐도 좋다. 드라마 ‘인더스트리’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의외로 시계다. 시계가 각 인물의 캐릭터를 대변하고 있으니까. 어떤 시계를 차면 어떤 느낌이 나는지 체험할 좋은 기회다.
영국판 ‘미생’ 같은 드라마 ‘인더스트리’는 런던의 은행에서 정규직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신입 인턴들의 생존기를 그렸다. 전형적인 주인공과 악역 구도를 따르지 않고, 현실감 있는 인물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해온 것이 특징이다. 주인공 하퍼 스턴의 수많은 개인적·법적 일탈에도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관찰해왔고, 철없는 네포 베이비 헨리 머크조차 인간적으로 그려냈다. 그렇기에 어젯밤 막을 내린 시즌 4가 시리즈 최초의 ‘진짜 악당’ 휘트니 할버스트럼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맥스 밍겔라가 서늘하게 연기한 할버스트럼은 자신의 본색을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그의 시계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의상 디자이너 로라 스미스는 시계를 통해 인물의 서사를 드러내는 데 능하다. 할버스트럼의 시계 컬렉션도 예외가 아니다. “휘트니의 시계 선택은 그가 가까워지고 싶어 한 인물들을 비추는 거울이었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의 인상적인 라인업은 단순히 성공한 남자의 자기 과시가 아니라, 그가 그 순간 입고자 하는 ‘피부’의 일부였다.
초반부에서 그는 핀테크 스타트업 텐더의 공동 창업자 조나와 함께 등장할 때 위블로 빅뱅을 착용한다. 비교적 젊은 브랜드인 위블로, 그리고 과시적인 빅뱅은 허세 가득한 인물이 고를 법한 시계다. 시즌이 진행되며 그의 손목에는 태그호이어 모나코가 등장한다. 스티브 맥퀸이 1971년 영화 르망에서 착용한 시계로 유명한 이 모델은 전형적으로 ‘남성성’을 상징하는 시계다. 세대를 거쳐 맥퀸의 무심한 쿨함을 동경하는 이들의 욕망을 자극해왔다.
가장 영리한 배치는 6화 ‘디어 헨리’에서 등장한다. 헨리와 같은 방에 서는 인물처럼 보이려 애쓰는 휘트니는 보다 드레시한 론진 컨퀘스트 센트럴 파워 리저브로 갈아탄다. 클래식하고 단정한 모델이지만, 영국 귀족들이 차는 롤렉스나 파텍,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와 같은 급은 아니다. 헨리는 이 시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이 에피소드는 그가 동료의 지위를 공개적으로 의심하고 조롱하기 시작하는 첫 장면이기도 하다.
스미스는 설명한다. “그의 주변 인물들을 반영하는 선택이었어요. 세련됐지만 특별하진 않고, 탄탄하지만 역동적인. 그는 군중 속에 숨어들 수 있도록 스타일링됐습니다.” 시리즈가 막을 내릴 무렵, 휘트니는 더 이상 ‘군중 속’에 숨어 있지 않다. 그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시즌 피날레에서 스미스는 이 변화를 시계로 표현했다. “그의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성공의 상징이던 것들을 내려놓아야 했죠.”
마지막 대면 장면에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롤렉스 데이저스트를 착용한 헨리는 전 동업자에게 말한다. “뭔가를 손에 쥐려 애써야 한다면 이미 늦은 거야. 꺼져, 이 촌놈아.” 그 말을 듣는 순간 휘트니의 손목에 있는 시계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필드 워치다. 텐더의 몰락처럼, 그의 주가도 떨어졌고 그의 시간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