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쉐론의 영감, ‘퀘스천마크’

불완전하면서도 완전한, 유연하면서도 견고한 ‘퀘스천마크’의 창의적 아름다움.

담쟁이덩굴 잎사귀 모티브의 퀘스천마크 목걸이는 1879년 탄생한 이래 140년 동안 다양하게 변모하며 메종의 아이콘이 됐다. 에메랄드 세팅의 블랙 로듐 도금 화이트 골드 소재 목걸이 ‘리에르 드 파리(Lierre de Paris)’.

퀘스천마크 목걸이 모양이 담긴 최초의 스케치는 부쉐론 아카이브에 보존돼 있다. 자연에서 온 부쉐론 퀘스천마크의 모티브는 보기만 해도 감탄을 자아내는 압도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목걸이가 탄생한 1879년은 1873년부터 시작된 대불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진 시기였고 새로운 사회주의가 태동하던 격변기. 사회 분위기와 달리 여성의 옷은 다소 간소화됐지만 여전히 치렁치렁하고 장식적인 드레스가 주를 이뤘다. 선구적 주얼러 프레데릭 부쉐론(Frédéric Boucheron)이 구상한 물음표 형태의 목걸이는 당시 주얼리 디자인에 혁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성의 신체가 주얼리와 의상에 얽매이던 시절, 잠금장치가 없는 목걸이는 여성들에게 편리함과 용이함을 넘어 자유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하녀의 도움 없이 목에 간편하게 거는 목걸이는 시대를 훨씬 앞서간 하이 주얼리의 상징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물음표를 닮은 흔치 않던 비대칭 구조는 잠금장치 대신 스프링을 달아 그 무렵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유연하면서도 자유로운 움직임을 선사했음은 물론. 1889년 개최된 만국박람회에서 메종에 그랑프리를 안겨준 디자인은 30개 정도만 제작됐고 러시아 황실부터 미국 신흥 재벌 가문까지 빠르게 퍼지며 유행을 선도했다.

올해 소개된 퀘스천마크 목걸이는 더 정교하고 상상력이 넘친다. “프레데릭 부쉐론의 새로운 비전을 모던하게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같은 아이디어를 고안했습니다. 간단한 동작으로 목걸이를 양면으로 착용할 수 있는 맞춤 시스템을 완성한 것이죠.” 새로운 리버서블 퀘스천마크 목걸이의 심플한 실루엣은 미국 사업가 코닐리어스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1884년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CEO 엘렌 풀리뒤켄은 설명한다. 또 아카이브의 목걸이를 연상케 하는 새로운 물음표 디자인도 추가됐다. 1879년 프레데릭 부쉐론은 프랑스 화가 폴 르그랑(Paul Legrand)에게 퀘스천마크의 첫 번째 드로잉을 의뢰했고, 그는 기다란 담쟁이덩굴을 그려냈다. 2년 뒤인 1881년 이 스케치는 아이코닉한 네크리스의 첫 번째 모델로 거듭났다. 다른 주얼러들이 선호하던 일반적인 꽃 대신 부쉐론의 첫 매장이 있던 팔레 루아얄(Palais Royal)의 아치를 장식한 야생 담쟁이덩굴을 재현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대담하고도 독특한 비전을 제시한 것. 브랜드 설립자가 사랑한 이 모티브는 1881년부터 1889년까지 부쉐론 장인들의 손길을 거쳐 여섯 가지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메종의 장인들은 정교한 작업을 통해 네크리스의 담쟁이덩굴 모티브를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묘사했다. 그린 컬러를 띤 에메랄드, 로듐 도금 골드, 그리고 19세기 작품에서도 이미 사용된 고대 트랑블뢰르(Trembleur) 기법을 바탕으로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살아 숨 쉬는 듯한 생생한 잎사귀를 구현해냈다. 스위스 출신 모델 베로니카 쿤즈가 포즈를 취한 2022년 6월 <보그> 커버 속 주얼리도 바로 이 담쟁이 모티브의 퀘스천마크 목걸이. 자유로움과 풍부한 자연을 표현한 주얼리는 1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대담하고 모던하다.

공작새의 깃털을 의미하는 플륌 드 펑(Plume de Paon) 모티브는 퀘스천마크 컬렉션에 극강의 우아함을 선사한다. 부쉐론이 1860년대에 선보인 헤어 주얼리와 브로치에 처음 등장한 후 메종의 유서 깊은 모티브로 자리 잡았다. 프레데릭 부쉐론은 1882년과 1883년, 플륌 드 펑 퀘스천마크 네크리스 2개를 제작했고, 1883년에 만든 네크리스는 러시아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Grand Duke Alexei Alexandrovich)이 구입했다. 깃털을 구성하는 각 가닥은 섬세한 연결 시스템으로 부드럽게 흩날리며, 한 마리의 새처럼 자유롭게 움직인다. 한편 22.69캐럿의 모잠비크산 오벌 컷 루비 19개와 파베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 ‘로리에(Laurier)’ 퀘스천마크 목걸이는 올리브 잎사귀 모티브가 장식된 메종의 1886년산 목걸이에서 영감을 받았다. 나무 열매를 표현하는 모잠비크산 루비가 섬세하게 세팅돼 있고, 메종의 장인들은 잎사귀의 디테일 하나하나를 재현하기 위해 컷 다운, 네트, 파베, 그레인, 심지어 스노우 세팅 같은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목걸이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잎사귀 뒷면에 적용된 오픈워크 디자인은 원석의 광채를 이끌어내고, 전반적으로 더 가벼운 착용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식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 장인들은 목걸이의 중심이 되는 나뭇가지 주위에 연결 디테일 3개를 적용해 착용자에 따라 섬세하게 조정하도록 했다. 때론 다양한 감정의 뿌리는 자유를 향한 갈망에서 비롯된다. 퀘스천마크 컬렉션을 흥미롭게 하는 것은 각각의 영감과 디자인이 각기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그 감정이 상호작용한다는 데 있다. 여성 스스로 주얼리를 자유롭게 착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자율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를 만들고자 했던 프레데릭 부쉐론의 이상은 팔레 루아얄 거리를 오가며 늘 관찰하던 야생 담쟁이를 만나 현실이 됐다. 중세 시대에는 마법과 주술 행위로부터 지켜준다고 믿었던 담쟁이. 여성의 해방과 자유를 위한 모티브로 이보다 제격인 소재가 또 있을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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