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합죽선(合竹扇)을 하나 '모시고' 있다.모진 추위가 이어지는 지금은 기억도 아련하지만, 지난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그 여름 어느 날 고교 동창들과 은사(恩師) 두 분을 모신 자리였다. "선생님, 하나도 안 변하셨습니다. 옛날 그대로이시네요." "너희도 그대론데, 뭐" 같은 인사가 오갔다. 음식이 나오기 전, 한문 선생님은 쇼핑백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셨다. 긴 직육면체 갑에 담긴 것은 합죽선. 그냥 하나씩 나눠주실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전등불에 갑을 이리저리 비춰보셨다. 그러더니 "자 이건 네 거"라며 하나씩 손에 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