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대학 졸업 후, 나는 서울 시내의 한 공립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어느 날, 교무실이 떠들썩했다. "잡았대요!" "걔?" 여선생들이 눈짓을 주고받았다. 한 남학생이 학생주임에게 혼나고 있었다.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창백한 안색의 몸집 작은 그 아이. 변성기도 오지 않은 여린 목소리로 몸이 아프다며 가끔 양호실에 가서 쉬던 아이였다. 설마?!그 아이의 병은, 아니 죄(罪)는, 관음증이었다. 그 아이는 양호실에 갔던 게 아니라, 여교사 화장실에 숨어들었던 것이다. 범행 도구인 거울이 학생주임의 책상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