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태원장으로 일하던 시절 해마다 이맘때면 자욱한 안개 때문에 엉금엉금 기어서 출근하던 기억이 난다. 운전기사는 가시거리가 짧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뒷좌석에 기대앉은 나는 느긋하게 '안개 낀 장춘단 공원'이나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랑'을 흥얼거리곤 했다. 겨우 스물아홉에 요절한 가수 배호는 별나게 안개를 좋아했다.안개가 '고독한 낭만'의 상징인 시절이 있었다. 안개로 유명한 런던은 이미 1306년 당시 대기오염이 극에 달해 에드워드 1세가 일시적으로 석탄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건만, 1923년 멋쟁이 남성들의 트렌치코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