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심하게 더뎌 초등학교 입학 1년 전쯤에야 비로소 말문이 트인 탓에 나는 변변한 친구가 없었다. 어쩌다 알게 된 동네 형들을 따라 왕십리 골목길을 몰려다니며 어렵게 배운 단어가 '×새끼'였다. 보는 이에게마다 습득한 새 단어를 우쭐거리며 내뱉었다. 평생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심한 야단을 맞았다. 그 후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혼자 그림 그리는 습관이 일상이 됐다.말 못 하는 아이는 온종일 그렸다. 욕설과 은둔의 추억이었다. 숙제를 안 해 가 수없이 따귀를 맞았던 초등학생 시절에도 그림 그리는 방구석은 나의 해방구였다...